소셜메트릭스 - 진로 소주 분석
다음소프트의 소셜메트릭스
다음소프트는 다음커뮤니케이션(현재는 카카오)에서 2000년도에 분사하여 설립된 AI, 빅데이터 전문 회사이다. 지금은 바이브컴퍼니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 같다. (2019년도까지만 해도 다음소프트였기에 이번 글에서는 다음소프트라 칭하겠다.)
다음소프트를 알게 된 것은 2019년도였다. 교내 경영학부에서 주관한 'Business Analytics Academy' 프로그램에 선발되면서 약 9주간 다음소프트에서 진행한 빅데이터 강의를 이수할 수 있었다.
강의는 주로 트랜드 분석에 대한 내용을 다루었다. 분석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인사이트와 그 활용법에 대한 내용이 주였다. 그리고 다음소프트에서 개발한 소셜메트릭스라는 분석 툴(Tool)을 소개하면서 해당 툴로 할 수 있는 분석들에 대해 상세히 배울 수 있었다.
다음소프트에서 개발한 소셜메트릭스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면, SNS와 각종 온라인 플랫폼 상의 문서를 분석한 데이터를 이용해 관심사 언급 추이, 연관어, 감성 연관어 정보 등을 제공해주는 ASP 서비스였다. 기업에서 관심 가질 만한 경쟁사, 브랜드, 이슈, 트렌드 등을 쉽게 파악해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것이 해당 툴의 궁극적인 목표였다.
당시 'Business Analytics Academy' 프로그램을 이수한 교육생들에게 해당 툴을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주었는데, 이 툴을 사용해서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것이 교육의 최종 과정이었다.
그렇게, 프로그램에 참가할 때 모집한 팀원들과 논의 끝에 분석을 진행한 것이 바로 '진로 소주'에 대한 분석이었다.
소셜메트릭스로 분석한 소주 '진로'
진로 소주를 분석한 이유는 간단했다. 술은 대학생이었던 우리가 가장 잘 알고 있는 분야였고, 그 당시 '참이슬'과 '처음처럼'이라는 기존의 강적들을 사이에서 초신성처럼 떠올랐던 가장 핫한 소주가 '진로'였기 때문이었다.
분석을 진행하면서 우리는 3가지를 중점으로 분석을 진행했다.
- 현재 주류 시장의 흐름
- 주류의 경쟁 구도
- 진로의 차별점과 강점
소셜메트릭스를 사용하면 '진로'라는 소주가 얼마나 언급되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고, 어떤 차별점을 가졌기에 기존 주력 제품들 사이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를 관련 키워드들로 알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분석을 진행하면서 실제로 몇가지의 재미있는 관계를 발견할 수 있었다.
주류의 트랜드와 경쟁 구도
일단 제일 먼저 확인한 것은 5년간 술에 대한 종류별 언급 추이였다. 그리고 모두가 예상했듯이, 맥주와 소주의 압도적인 승리였다. 물론 당연하게도 언급 빈도가 소비량과 동일하진 않겠지만, 많이 언급되는 만큼 해당 주류가 주로 소비된다고 가정한다면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소비 추이와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그 다음으로는 주류의 경쟁 구도에 대해서 알아보기 위해, 맥주와 소주의 언급량을 조회했다. 조회 결과, 맥주는 증감 폭이 클뿐만 아니라 소주의 언급량과 다른 양상을 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물론 해당 지표가 소주와 맥주가 서로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적어도 서로 다른 외부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해당 지표를 통해 알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진로와 다른 소주들과의 경쟁 구도를 알아보기 위해 언급 추이 비교를 진행했다. 그 결과, 진로의 언급량 증가에도 다른 소주들의 증감에 큰 영향이 없었다. 언급량이 소비로 이어진다는 것을 가정했을 때, 이는 진로가 기존의 소주 시장을 벗어나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을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였다.
첫 출시 후, 주로 대학에 막 입학했거나 대학을 다니고 있던 20대들이 즐겨 마셨던 걸로 기억하는데, 기존의 20대 후반부터 70대까지의 주된 소주 소비층과 겹치지 않는 새로운 '소비 파이'를 생성했을 거라는 것이 우리의 해석이었다.
맥주와 비슷한 진로
주류 시장에 대한 전반적인 현황을 분석한 후, 이후에는 진로 소주와 다른 주류들과의 차이의 점에 초점을 맞춰 분석을 진행했다. 그리고 분석을 진행하던 중에 우리는 재미있는 지표를 발견할 수 있었다.
바로 기존의 소주와 함께 나타나는 키워드들과 달리, 진로는 맥주와 비슷한 키워드를 포함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이다. 특히 분위기와 데이트라는 키워드에서 기존의 소주들이 회식과 퇴근이 더욱 높은 언급량을 보인 것과는 반대로, 분위기와 데이트가 더 높은 순위를 차지한 맥주와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이러한 결과에 영향을 준 것은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기존의 소주들보다 낮은 도수가 큰 영향을 미쳤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맥주가 잘 맞지 않는 고객에게 도수가 낮은 소주의 등장은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주류의 폭을 넓혀주었을 것이다. 동시에, 예쁘고 레트로한 하늘색 병은 20대 신규 고객층의 호기심을 충분히 끌어 모을 수 있는 요소였다.
그래서 인스타를 통해 '처음처럼', '참이슬', '맥주', '진로' 등을 검색하여 실제로 어떤 상황에서 각 주류를 주로 소비하는지를 확인해보았고, 여기에서 또다른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건 바로 '병'이었다. 소주가 '잔'을 위주로 등장했다면, 진로는 '병'을 위주로 등장하는 모습이 대부분이었다. 이로써 진로가 맥주와 결이 더욱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마도 앞서 언급한 레트로 감성을 충분히 살린 하늘색 병이 큰 역할을 했겠지만, 확실한 것은 기존의 소주와는 다른 차별점을 가진 것은 분명했다.
진로만의 차별점
다른 주류들에게 없는 진로만의 차별점은 '레트로'였다. 관련 연관어에서 '레트로'라는 키워드가 등장하는 것은 진로뿐이었다. 특히, 대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았다는 것을 키워드 비율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대한 주관적인 해석으로는, 레트로 감성이라는 것이 20대에게는 자신만의 트랜드가 될 수 있었기에 더욱 열광했던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를 뒷받침해주는 지표로, 20대가 가장 선호하는 SNS인 인스타그램에서 가장 많은 빈도수로 등장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위의 지표에 대한 또다른 해석으로, 인스타그램이 사진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플랫폼이기에 더욱 많이 등장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여기서도 투명하고 가벼운 이미지의 하늘색 병이 큰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소셜메트릭스를 벗어나 알 수 있었던 또다른 진로의 차별점은 광고 모델로 연예인이 아니라 두꺼비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별거 아닌 작은 차이일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정말 뛰어난 마켓팅 방법이었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에서 소주 광고 모델은 그 시대를 대표하는 여자 연예인이 차지했다. 이효리, 아이유, 수지, 아이린, 제니 등의 국내 최정상 연예인들만이 자리할 수 있는 광고가 소주 광고였다. 탑 연예인인 만큼, 모델 섭외 비용도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그렇기에 잘 나온 광고 한편을 계속해서 소비자에게 노출시키는 것이 최선의 마켓팅 방법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진로는 현명하게 두꺼비라는 가상의 모델을 생성해 더 다양하고 많은 광고를 진행할 수 있었다. 고정된 틀이 없기에 재미있는 상황을 연출할 수도 있었을 뿐더러, 남녀노소 누구나 두꺼비와 친해질 수 있었다. 이처럼 두꺼비는 기존의 소주가 가진 '어른만의 세계'를 탈피하고 더욱 친근하고 '가볍게' 다가가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일등공신이었다고 본다.
도달한 결론
분석 끝에 '진로가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을까?'에 대한 총 3가지의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첫 번째는 레트로 감성이었다.
레트로 감성은 50~60대의 소비층에게는 추억의 아이템이었고, 동시에 10~20대에게는 새로운 자극이자 경험이었다. 그렇기에 기존의 소주 소비층과는 다른 시장을 개척할 수 있었다고 본다. 1924년에 처음 등장한 희석식 소주가 '처음처럼'과 '참이슬'이라는 거대한 두 고래 사이에서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레트로에 대한 열광과 깔끔한 리브랜딩의 효과였다고 본다.
두 번째는 하늘색 병이다.
투명하고 감성적인 하늘색 병은 신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소비자에게 무거운 소주의 이미지를 더욱 가볍게 만들어 주는 효과를 보였다. 이 또한, 진로가 두 메이저 소주들 사이에서 살아남을 수 있던 요소라고 판단했다. 병이 예뻤기에 인스타에 자주 등장할 수 있었고 이는 자연스럽게 홍보로도 이어질 수 있었다고 본다. 덧붙여, 두꺼비라는 차별적인 요소도 대중에게 새로운 소주의 등장을 각인시킬 수 있었던 좋은 강점이었다고 생각한다.
세 번째는 맥주와 비슷한 소주이다.
진로는 기존의 소주와 다른 이미지와 낮은 도수로 그 차별점을 충분히 강조해왔고, 이는 맥주보다는 소주를 좋아하는 고객층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줄 수 있었다고 본다. 물론 '치킨 = 맥주'와 '회 = 소주'라는 공식을 깨기는 어렵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이트와 같은 가벼운 분위기에서도 소주를 즐길 수 있다는 인식을 대중에게 심어주는 데에는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글을 마치면서
해당 프로젝트는 2019년에 처음 빅데이터분석학을 복수전공하면서 진행했던 프로젝트이다. 그렇기에 아는 것도 적었고 논리적으로 부족한 면이 많았던 프로젝트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프로젝트를 통해서 이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작은 차이점들을 확인할 수 있었고 나의 직관이 확신으로 이어지는 데에 데이터의 힘이 크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진로라는 브랜드가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는지,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었기에 앞으로 있을 기획 과정에도 많은 도움이 될거라는 생각이 들었던 프로젝트였다.
아무쪼록 내공이 부족했던 프로젝트였지만, 한편으로는 초보자였던 나에게 많은 것을 알려준 프로젝트였다.